[앵커]
유명 관광지에 사는 주민들은 나들이객이 많아지는 봄이 달갑지 않습니다.
벌컥 현관문을 열거나, 지붕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관광객에 시달리기 때문인데요.
이현재 기자가 현장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기자]
이곳은 지난해 287만 명이 다녀간 부산 감천문화마을입니다.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데,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지붕에 발자국 여러 개가 어지럽게 찍혀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집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남긴 겁니다.
[조태래 /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기획단장]
"젊은 애들은 지붕에 올라가서 포즈를 취한단 말이야."
갑자기 현관문을 열고 집 안을 들여다보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습니다.
[감천문화마을 주민]
"문 열어놓고 확 열어놓고 도망가 버리고. 우리 손녀가 우울증에 걸려가지고. 병원에 가 있어요, 지금도. 시커먼게 들어오니까 아이가 놀라가지고."
"지붕에 올라가지 말라" "사생활을 지켜달라"
각종 경고 표지판들만 마을 곳곳에 늘어납니다.
[김명일 / 감천문화마을 주민]
"'No-way'라 해놔도 외국인들이 막 들어가서 쳐다보는 경향이. 조금 외진 데는 담배를 많이 피워요. 외국인들이 오면."
전주 한옥마을.
각종 상점과 숙박시설이 들어선 거리에 음악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데이비드 / 프랑스 관광객]
"여기는 가게들이 정말 많습니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다 보니 상업화 돼 버린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간 관광객은 600만 명 늘었고 주민 3분의 1은 떠났습니다.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고즈넉한 한옥 마을'이란 정체성을 잃은 겁니다.
[진상택 / 전주 한옥마을 주민]
"옛날 사람들은 몇 없어. 다 뺏기고 팔고 이사 가 버리고. 나갈 사람은 다 나갔어."
경의선숲길 주변도 마찬가지.
이제 주택 창문들마다 커튼은 기본입니다.
밤 늦게까지 집 앞을 오가거나 떠드는 관광객들도 문제지만 간판 불빛이 너무 환해 집에서도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가장 큰 고통은 담배연기.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워 빗물 배수구에는 꽁초가 가득합니다.
대문은 물론 주택 2층 계단까지 금연 표지판을 붙여놓을 정도입니다.
[서울 연남동 주민]
"담배 꽁초가 너무 많으니까 여기에. 자꾸 얘기를 하지. 담배는 좀 피우지 마세요 하고. 저기 저 보세요, 저렇게 피우잖아."
'오버투어리즘', 관광객들이 더 몰려올 생각에 주민들은 봄이 두렵습니다.
현장카메라, 이현재입니다.
PD : 장동하
AD : 송시원
이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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